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오는 29일(한국시간) 바하마에서 열리는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총상금 140만 달러)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2016시즌은 지난해보다 2개 늘어난 34개 대회가 치러진다. LPGA 볼빅 챔피언십(5월)이 새롭게 만들어졌고, 격년마다 열리는 세계 여자골프 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오는 7월 열린다.
총상금은 지난 시즌에 비해 400만 달러가 늘어난 6310만 달러(약 753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림픽도 추가됐다. 112년 만에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되는 올림픽 출전 선수는 7월11일 발표되는 최종 올림픽 랭킹에 따라 출전 선수가 가려진다.
올림픽 랭킹은 최근 경기에 가중치를 두는 세계 랭킹을 바탕으로 매겨진다. 여러 부문에서 변수가 늘어난 만큼 10개월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 성적 거둔 한국, 올해는?
세계 여자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지난 시즌 32개 대회 중 15개 대회에서 우승을 안으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 LPGA 데뷔 10주년을 맞는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지난해 5승을 기록했고, 김세영(23·미래에셋)과 최나연(29·SK텔레콤)이 각각 3승, 2승을 달성했다. 또 양희영(27)과 전인지(21), 김효주(21), 최운정(25), 안선주(29)가 1승씩을 보탰다.
이는 2006년과 2009년 기록한 11승을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새롭게 바뀔 수 있는 기록들을 예약하고 있다.
세계랭킹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박인비는 지난해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했다. 또 평균최저타수로 시즌을 마쳤다.
아울러 LPGA 명예의 전당 입성에 필요한 포인트(27점)를 모두 획득한 만큼 이번 시즌 활동을 마무리하면 최연소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예정이다.
그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단일 대회 4연패에도 도전한다. 정상에 오르게 되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이 대회 3연패를 차지한 애니카 소렌스탐(45·스웨덴)을 제치고 신기록 보유자가 된다.
최근 2년간 LPGA에서 가장 많은 대회에 나선 선수인 최운정은 최다 대회 연속 출전을 노린다. 그는 2014년 32개 대회 중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을 제외한 31개에 출전했으며, 지난해에는 모든 대회에 나서 자신이 갖고 있는 최고 기록을 계속 경신 중이다.
8년 이상을 LPGA 투어에서 보내며 지난해 마라톤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최운정은 2년간 62개 대회에 출전해 2위(58개)인 독일의 카롤린 마손을 4개 차로 앞서고 있다.
지난 시즌 3승을 하면서 신인왕을 거머쥔 김세영(23·미래에셋)은 이번 시즌에 '올해의 선수상'에 도전한다. 김세영이 올해의 선수가 되면 투어 사상 5번째 역사적 주인공이 된다.
현재까지 신인왕을 수상한 다음해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경우는 낸시 로페즈(미국)와 베스 다니엘(미국), 소렌스탐,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9 ·한국명 고보경)뿐이었다.
유소연은 2014년 '레인우드 LPGA 클래식'부터 2015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까지 31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세웠다.
리디아 고가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컷 통과에 실패해 53개 대회 연속 컷 통과기록이 끝나 유소연이 과연 이를 이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5 US여자오픈 우승 등을 작성한 전인지는 이번 시즌 루키 중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는 올해 LPGA 무대에 입성하는 29명의 신인 중 유일하게 우승으로 출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또 투어 2년차 김세영과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1인자로 군림한 김효주가 지난 시즌 기록을 깰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시선이 몰린다. 지난해 트로피를 얻지 못한 유소연도 올 시즌 만큼은 승수를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태극낭자들의 강력한 대항마 해외동포
LPGA는 한국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태극낭자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현재 LPGA 세계랭킹 10위까지 들어간 선수 중 6명은 한국 국적이다. 25위까지 범위를 넓히면 11명으로 늘어나 절반에 달하게 된다.
【인천=AP/뉴시스】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9 ·한국명 고보경)가 지난 2015년 10월16일 인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2016.01.26
3·4위는 루이스와 렉시 톰슨(미국), 나머지 6위는 중국의 펑산산이 차지하고 있다. 5위는 유소연, 7위부터 10위까지는 김세영과 양희영, 전인지, 김효주가 지켰다.
하지만 1위는 뉴질랜드 동포인 리디아 고의 차지다. 25일 기준 롤렉스 랭킹 1위는 리디아 고(11.23점)가, 2위는 박인비(10.72점)가 각각 차지하고 있다.
3위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7.50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올해도 여자 골프 왕좌 다툼은 리디아 고와 박인비의 몫이 될 전망이다.
리디아 고와 박인비의 순위 및 상금경쟁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박인비는 현재 상금으로도 리디아 고에게 조금 밀린다. 리디아 고는 지난 시즌 280만802달러, 박인비는 263만11달러에 달하는 상금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10월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으며 투어 사상 최연소(18세6개월1일) 10승 선수가 된 리디아 고는 14주 연속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내고 있다.
퀄리파잉(Q)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통과해 2015시즌 루키 자격으로 LPGA 투어에 오른 앨리슨 리(20·미국)는 현재 랭킹 23위(3.09점), 상금 랭킹 23위(62만8676달러)를 기록 중이다.
UCLA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하며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2015시즌 23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6번 진입했고, 미국-유럽 대항전인 솔하임컵에서 미국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애니 박(21)이나 그레이스 나(23)처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재미동포 선수들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투어에서 상금왕과 신인왕을 휩쓴 애니 박은 전인지를 위협할만한 경쟁상대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미국 명문 사립대 USC를 졸업한 애니 박은 학업으로 인해 시메트라 투어 11개 대회에만 출전했지만 평균타수 1위와 그린적중률 2위 등을 기록하며 3승을 거둬 상금왕 자리를 가져갔다.
아울러 로스앤젤레스 페퍼다인대학 시절 리그 신인상과 최우수선수상을 받으며 Q스쿨을 2위로 통과한 그레이스 나도 신인왕을 노릴 수 있는 기량을 지닌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눈여겨볼 외국 선수는?
여자골프에서 백전노장이자 전설로 불리는 캐리 웹(호주)은 올해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앞두고 있다.
두모리에클래식과 ANA인스퍼레이션,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모두 우승컵을 든 캐리가 오는 9월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트로피를 차지하면 6개 메이저대회 우승의 기록을 쓰게 된다.
10위권 내에서 미국 국적을 지니고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스테이시 루이스(30)와 렉시 톰슨(20)도 주목해야 될 선수다.
척추뼈가 휘는 척추측만증으로 인해 18세 때 척추에 티타늄 고정물과 나사를 삽입하는 대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골프무대를 아우르고 있는 루이스는 지난 시즌 준우승만 6번 챙겼다.
2014시즌 29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왕과 베어트로피(최저타상)를 수상했던 그가 지난 시즌 무관의 설욕을 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메이저 대회 2승을 비롯한 LPGA 투어 통산 11승을 기록한 루이스가 리디아 고와 박인비에게 빼앗긴 왕좌를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톰슨은 루이스에 비해 10살이나 어리지만 2011년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고, 오메가 두바이 마스터스에서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는 183㎝나 되는 신장을 이용한 장타력과 견고한 아이언샷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 24개 대회에서 우승컵 2개를 가져갔고, 톱10 진입에는 13차례 성공했다.
한편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는 '디펜딩 챔피언' 김세영을 비롯해 박인비, 루이스, 톰슨, 엘리슨 리 등이 참여한다. 리디아 고는 일정 조율을 위해 불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