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박세리에게 칭찬을 받은 일을 가장 기분 좋았던 일로 꼽았다.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4승(2015시즌 3승+2016시즌 1승)을 거둔 '장타 여왕' 박성현(22 넵스)은 12월23일 뉴스엔과 전화 인터뷰에서 한 시즌을 돌아봤다.
박성현은 2015시즌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통산 첫 우승을 내셔널 타이틀이 달린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장식했다. 이후 9월 'KDB 대우증권 클래식 2015'와 10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시즌 3승을 완성했고, 지난 12월13일 2016시즌 '2015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올해에만 4승을 거뒀다. 2014시즌 34위였던 상금 랭킹도 2015시즌 2위까지 끌어올렸다.
박성현은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출전 당시 박세리가 자신을 두고 칭찬을 한 것을 들었다며 "기분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 박세리(38 하나금융그룹)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하는데 이 기간 동안 객원 해설위원으로 중계에도 참여했다. 당시 박세리는 유독 박성현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 눈길을 끌었다.
박세리는 "박성현 선수는 거리가 가장 큰 장점이다. 장타자이기 때문에 시합을 하면서 경험하면 컨트롤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거리가 멀리 나가는 장타자들이 유리하고 감각적으로 뛰어난 선수들도 많다. 박성현은 다 갖춰진 선수 같다"며 "시원시원한 장타력과 스윙 스피드를 갖고 있고 또 리듬감이 굉장히 좋다. 저도 보면서 너무 좋은데 갤러리 분들은 얼마나 좋으시겠나"라며 흐뭇한 듯 극찬을 펼친 바 있다.
박세리와 박성현(KLPGA 제공)
이에 대해 박성현은 "제가 TV로 보고 자랐고 '세리 키즈'로 시작을 해서 '박세리 인비테이셔널'까지 출전하게 됐는데, 대선배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좋은 후배'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어느 정도 자리에 올라왔다는 생각도 조금 들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은 시상식 때 박세리와 따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며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잘하라고 토닥토닥해주셨다"고 덧붙였다.
2014시즌 우승 없이 컷 탈락만 10번, 톱 10은 3번 드는데 그쳤던 박성현은 올 시즌 환골탈태했다. 박성현은 그 비결로 샷을 꼽았다.
시즌 시작 전 3승을 목표로 했던 박성현은 2015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완벽하게 그 목표를 달성했다. "동계 훈련에 대한 성과에 만족하고 있었다"는 박성현은 "2014년이랑 가장 달라진 점은 샷 적인 부분이다. 2014년에 워낙 OB가 많이 났고 샷이 불안정해서 샷을 많이 다져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훈련을 갔다. 제가 잘 됐던 때의 스윙(중학교 3학년 때)이 있는데 그때 영상을 계속 돌려보고 그때 느낌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훈련 가서 한 달 반쯤 지나니 타이밍이나 리듬이나 그때 느낌이 계속 나오더라. 올해는 샷 덕분에 4승까지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은 KLPGA 투어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2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당시 박성현은 1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치며 대회 최소타 기록을 갈아치웠고, 장타자 렉시 톰슨(20 미국), 미셸 위(26 미국)와 한 조에서 경기하면서도 결코 비거리에서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눈도장을 찍었다. 그래서 박성현의 LPGA 진출 여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LPGA 진출에 대해 "생각만 하고 있다"는 박성현은 오는 2016년 3월25일(이하 한국시간)부터 28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KIA 클래식'에 이어 4월1일부터 4일까지 같은 지역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출전을 확정 지은 상태다.
앞서 LPGA에 진출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이동과 잔디 적응 등이 어렵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박성현은 "솔직히 제가 LPGA 진출을 망설이는 건 언어적인 문제, 환경 적응에 대한 문제가 제일 크다. 그 두 가지 때문에 자신이 별로 없다. 제가 또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이 느린 편이라서 망설이게 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만약 2016년에 우승을 한다면, 두 번 다시 올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 같다. 그래도 일단은 KLPGA를 중점적으로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KLPGA 시상식에서 박성현
ANA 인스퍼레이션을 제외하고 여름부터 가을로 이어지는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US 여자 오픈',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에비앙 챔피언십'도 KLPGA 대회 일정이 확정되면 다시 고려할 예정이다.
2015시즌을 화려하게 마감한 박성현은 'KLPGA 시상식'에서 다시 한 번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오프 숄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필드 위에서의 보이시함을 던져버리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한껏 어필한 것이다. 박성현은 "그런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기분 좋았다. '여성스럽다', '생각보다 예뻤다' 등 잘 듣지 못하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새로운 기분이었다"며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얼마 전엔 훈훈한 선행 소식도 들렸다. 지난 22일 자신이 낸 1억 원과 팬미팅을 통한 경매 수익금 등 1,420만 원을 합쳐 총 1억1,420만 원을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서울 사랑의 열매)에 기부한 것. 또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했다. 이외에도 박성현은 올해 중,고등학교 모교에 각각 성금 500만 원을 전달하고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다.
박성현은 "기부를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가르침이 크다. 아무리 제가 많이 벌더라도, 어느 정도 잘 수 있는 여건이 있고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누면서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아서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저 욕심이 별로 없다. 옷이나 가방 욕심도 별로 없다"는 박성현에게, 그렇다면 올 시즌 벌어들인 상금(약 7억3,669만 원) 중 본인을 위해 쓴 것이 뭐냐고 물어보자 "딱 하나 있다. 반지를 샀다. 액세서리를 좋아해서 저한테 선물 준 건 반지 하나 정도이다. 나머지는 다 부모님이 관리하시고 별로 쓸데가 없다"고 말했다.
취미 생활도 없는 '골프밖에 모르는 여자' 박성현은 오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테미큘라로 동계 훈련을 떠난다. 훈련 이후 KIA 클래식, ANA 인스퍼레이션까지 소화한 뒤 4월 초 한국으로 돌아온다.